서기 5세기 서로마 제국의 정치 질서가 무너졌다고 해서 유럽의 포도밭과 와인 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도시와 교역망은 큰 변화를 겪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와 생산이 줄거나 농업의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반면 옛 로마 영토 곳곳에서는 포도 재배가 이어졌으며, 교회와 수도원은 와인을 종교 의례와 식생활, 토지 운영에 연결했습니다.이 시기를 설명할 때 흔히 “로마가 와인을 만들었고, 수도사들이 그 전통을 보존했다”고 요약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실제보다 단순합니다. 수도원은 와인을 보관하는 기관에 그치지 않고 토지를 소유하고 운영한 경제 주체였습니다. 포도밭을 관리하고, 생산물을 소비하거나 판매했으며, 기증받은 땅과 노동력을 활용했습니다. 동시에 포도 재배는 수도원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