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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대사전 제6편|로마 이후 수도원과 유럽 와인의 재편

서기 5세기 서로마 제국의 정치 질서가 무너졌다고 해서 유럽의 포도밭과 와인 문화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도시와 교역망은 큰 변화를 겪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와 생산이 줄거나 농업의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반면 옛 로마 영토 곳곳에서는 포도 재배가 이어졌으며, 교회와 수도원은 와인을 종교 의례와 식생활, 토지 운영에 연결했습니다.이 시기를 설명할 때 흔히 “로마가 와인을 만들었고, 수도사들이 그 전통을 보존했다”고 요약합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실제보다 단순합니다. 수도원은 와인을 보관하는 기관에 그치지 않고 토지를 소유하고 운영한 경제 주체였습니다. 포도밭을 관리하고, 생산물을 소비하거나 판매했으며, 기증받은 땅과 노동력을 활용했습니다. 동시에 포도 재배는 수도원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

와인 대사전 제5편|로마의 포도밭은 어떻게 갈리아와 이베리아로 퍼졌을까

로마가 지중해를 지배하면서 와인도 제국의 길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생산한 와인이 갈리아와 이베리아, 군사 주둔지와 도시로 운반됐고, 로마의 식탁과 시장은 새로운 소비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와인사를 단순히 “정복과 함께 포도밭이 북쪽으로 퍼졌다”고만 설명하면 중요한 변화 하나를 놓치게 됩니다.로마가 들여온 와인을 소비하던 지역은 시간이 흐르면서 직접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지의 농업 지식과 토양, 기후, 강과 도로, 목재 자원이 생산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그 결과 갈리아 남부에서는 전문적인 포도 재배와 암포라 생산이 발달했고, 북쪽 지역에서는 지중해식 항아리 대신 나무통이 와인 운송에 널리 쓰였습니다.이번 편에서는 로마의 와인 문화가 갈리아와 이베리아를 비롯한 ..

위클리 드링크 리포트 VOL.07|엇갈린 주류 시장, 달라지는 바의 선택

2026년 10월 셋째 주 · 10월 12~17일 발표·보도 및 행사 일정 기준안녕하세요. 베니입니다.이번 주 주류업계에서는 같은 회사의 실적 안에서도 시장별 차이가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페르노리카는 미국과 중국에서 매출이 감소했지만 인도에서는 성장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캐머런브리지 증류소의 예정된 파업이 중단되며 협상이 이어지게 됐습니다.바 현장으로 시선을 옮기면 또 다른 질문이 보입니다. 토닉을 바꾸는 것만으로 한 잔의 개성을 얼마나 달리할 수 있을까요? 해외 전문가는 한국 술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있을까요? 바텐더에게 필요한 교육은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할까요?이번 위클리 드링크 리포트에서는 여섯 가지 소식을 통해 주류 시장의 변화와 바에서 생각해 볼 지점을 함께 살펴봅니다. 기업 실적, 공식 발..

와인 대사전 제4편|고대 로마의 와인: 포도밭에서 제국의 시장까지

고대 로마는 와인을 처음 만든 문명이 아니었습니다. 로마가 성장하기 전부터 이탈리아와 지중해에는 포도 재배와 와인 교역이 존재했습니다. 로마의 역사적 의미는 그보다 다른 데 있습니다. 포도 재배와 양조, 저장과 운송을 농장 경제와 도시의 소비, 제국의 교역망 속에 연결했다는 점입니다.로마의 와인은 농민의 일상적인 음료이면서 부유층의 사치품이었고, 제사와 의학, 식탁과 시장을 오갔습니다. 오늘날에도 익숙한 포도밭과 저장고, 운송 용기의 흔적은 로마인들이 와인을 어떻게 생산하고 유통했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문헌은 대체로 지주와 엘리트의 관점에서 쓰였고, 고고학 자료만으로는 와인의 실제 맛이나 소비량을 완전히 복원하기 어렵습니다.이번 글에서는 로마가 와인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부터 포도 재배와 농장 양조..

와인 대사전 제3편|고대 그리스의 와인: 디오니소스와 심포지온, 그리고 물과 섞어 마신 술

와인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고대 그리스는 중요한 갈림길로 등장합니다. 와인을 처음 만든 곳은 아니지만, 포도주를 신화와 제의, 정치와 사교, 시와 철학의 언어로 풀어낸 사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인에게 와인은 농산물이자 교역품이었고, 신 디오니소스의 선물이자 사람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는 음료였습니다.그렇다고 고대 그리스의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와인을 마신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아는 심포지온(symposion)은 주로 고전기 아테네의 엘리트 남성들이 식사 뒤에 모여 술과 대화를 나누던 자리입니다. 이 풍경을 그리스 사회 전체의 일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남아 있는 문헌과 그림 자료도 특정 시대와 계층의 시선을 강하게 반영합니다.이번 글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포도 재배와 양조, 와인과 디오니..

위클리 드링크 리포트 VOL.06|일본 맥주 조사부터 세계 최고 바까지, 가격과 평가의 한 주

2026년 10월 둘째 주 · 10월 5~10일 보도·발표 기준술 한 병의 가격과 한 잔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 소비자의 선택, 업계의 평가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줍니다.이번 주 일본에서는 주요 맥주업체들이 가격 담합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콘스텔레이션이 RTD 업체 인수를 발표했고, 영국에서는 연말에도 절주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칵테일과 증류주 업계에서는 The 50 Best Bars와 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의 결과가 발표됐습니다.기업의 실적과 전망, 조사 중인 의혹, 전문가들의 평가를 구분하며 이번 주 다섯 가지 소식을 살펴봅니다.일본 4대 맥주업체 조사, 가격 인상의 배경을 들여다보다1..

와인 대사전 제2편|신석기에서 청동기 시대로: 와인은 어떻게 문명과 교역의 일부가 되었나

들어가며: 한 잔의 술에서 사회의 자원으로제1편에서는 야생 포도를 채집하고 발효 음료를 만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석기 시대의 증거를 살펴봤습니다. 그 시기의 토기와 포도 흔적은 사람들이 포도를 가공하고 발효했을 가능성을 알려주지만, 그 술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습니다.제2편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포도주는 어떻게 저장과 교환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언제부터 왕과 궁전, 제례와 연회에 등장했을까요? 그리고 항아리와 무덤, 벽화와 문서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여줄까요?이 질문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유적에서 포도 씨가 나왔다고 해서 그곳에서 포도주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항아리가 발견되어도 그 안에 와인이 담겼다는 화학적 증거가 없으면 용도를 확정하기 어렵..

와인 대사전 제1편|와인의 탄생: 야생 포도에서 문명과 함께한 술이 되기까지

들어가며: 와인은 언제 시작되었을까?와인의 역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질문은 간단해 보입니다. “와인은 언제 처음 만들어졌을까?” 하지만 고고학이 내놓는 답은 한 줄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포도즙이 자연 발효된 흔적, 사람이 포도를 채집하거나 재배했다는 증거, 포도주를 담았을 법한 그릇, 실제 양조 작업을 보여주는 시설은 서로 다른 종류의 자료이기 때문입니다.무엇을 ‘와인의 탄생’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서도 답은 달라집니다. 포도를 밟아 즙을 얻은 순간일까요? 포도즙이 발효되어 술이 되었을 때일까요? 아니면 사람이 포도나무를 골라 심고, 매년 포도를 수확하며, 술을 저장하고 나누기 시작했을 때일까요?현재까지 알려진 고고학 자료 가운데, 기원전 6000~5800년 무렵 오늘날 조지아 남부의 신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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